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고요?
똑똑하기로 소문난 토끼가 있었다. 겨울이 오자, 토끼는 먹이를 찾으러 나섰다. 두 갈래 길이 나타났고, 토끼는 자신이 택한 길에 먹이가 있으리라 확신하며 앞만 보고 뛰었다. 그러나 가도 가도 온통 하얀 눈밭뿐, 도통 먹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반대편에서 오던 다른 토끼를 만났다.
"이 길엔 먹이가 없을 텐데, 다른 길로 가 봐."
여기서 되돌아간다면 내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 돼. 토끼는 머리를 흔들며 걸음을 재촉했다.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나? 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면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될 거야.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겹게 한발 한발을 내딛던 토끼는 아무것도 없는 길의 끝에 다다랐다. 잘못된 판단, 부질없는 자존심, 그리고 옹졸한 고집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지만, 토끼는 자꾸만 감기는 눈을 깜박이며 생각했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고.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언제든 뜻하지 않게 수정될 수 있는 게 인생입니다.
지우고 다시 쓴 자국이 가득한 대본이야말로 진짜 나의 인생이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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