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세계의 지붕 3200km 날아서 건넙니다”
‘엑스파일럿’ 팀 꾸려 8월 출발
“열기둥타면 8천m까지 치솟아
자연유산 아름다움도 알릴 것”
» ‘무동력 비행’으로 히말라야 산맥 횡단 도전 박정헌씨
‘무동력 비행’으로 히말라야 산맥 횡단 도전 박정헌씨
1988년 설악산 토왕빙벽 최연소 등정, 94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 한국인 최초 등정, 한국 대표 산악서적 <끈>의 저자 등으로 이름난 거벽등반가 박정헌(40·사진·한국등산문화연구소 소장)씨가 오는 8월부터 4개월 여정으로 새로운 히말라야 탐험에 나선다.
‘엑스(X)-파일럿’이라는 팀을 꾸린 그는 8월20일부터 파키스탄 힌두쿠시를 출발해 카라코람 산맥·낭가파르바트·라다크·가르왈히말라야·안나푸르나·칸첸중가 그리고 부탄까지 장장 3200㎞의 지구촌 지붕 횡단을 꿈꾸고 있다. 횡단 방법은 등반이 아니라 새처럼 나는 무동력 비행이다. “열기둥이라고도 하는 열온·열기류를 타고 동력 없이 패러글라이딩으로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을 서에서 동으로 날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이번 탐험은 2년 전부터 기획했지만 그의 히말라야 비행은 이미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6년 인도 히말라야에서 무동력 패러글라이딩으로 100㎞를 왕복 비행한 경험이 있고, 2002년엔 가셔브룸2봉 등반 뒤 패러글라이딩으로 하강하기도 했다.
“참가하는 대원은 모두 8명이지만, 산악인은 나 혼자입니다. 함께 하늘을 날 파일럿은 엔진을 부착한 패러글라이딩인 모터패러 전문가 함영민씨, 패러글라이더 홍필표씨까지 셋이고요. 여기에 카메라맨과 프로듀서가 구간별로 함께 비행을 계획하고 있지요.”
이번 비행을 위해 경비행기에 장착되는 92마력짜리 엔진을 영국에서 들여와 2인승 모터패럴을 완성시켜 시험비행도 마쳤다. 히말라야 상공을 새처럼 나는 것은 산악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등반이 투디(2D)라면, 비행은 스리디(3D)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수직과 수평의 세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체험의 세계에 빠져드는 겁니다. 이를 통해 지구에 하나뿐인 가장 소중한 자연유산의 아름다움과 그 보전의 당위성을 전세계에 널리 알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나마 모터패럴은 순전히 촬영용이나 비상용으로 사용할 예정인 그는 “열기둥을 잘 이용하면 7000~8000m까지 치솟을 수 있다. 새들도 이 기류를 이용해 히말라야산맥을 넘는다. 새가 먼 거리를 가는 것은 바로 기류의 힘이며, 인간도 이를 이용해 하늘을 날 수 있다”며 자신감에 넘쳤다.
출발 때 사용할 파키스탄의 열기류는 불안정해 하루 비행거리가 들쭉날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하고 히말라야 남쪽면에 접한 인도에서는 기류가 안정돼 최대 하루 10시간, 150㎞ 이상의 비행도 가능할 전망이다.
“계획은 4개월이지만, 기류에 따라 더 빨리, 또는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자연에게 맡길 일입니다.”
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