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3일 화요일

한비자의 난언



옛날 은나라의 탕왕은 성인이었고, 이윤은 큰 지자였습니다. 최고의 지자가 최고의 성인을 설득했었으니 서로 통했을 것인데도 이윤은 70회에 걸쳐 설득했지만 탕왕은 끝내 듣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요리사가 되어 접근하게 되자, 탕왕은 겨우 이윤의 현명함을 알게 되어 그를 채용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최고의 지자가 최고의 성자를 설득하려 해도 만나는 것만으로는 설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생겼고, 이윤이 탕왕을 설득한 경우가 그에 해당합니다.

지자가 우자를 설득한 경우의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허사입니다. 주나라의 문왕이 주왕을 설득한 예가 그것입니다. 문왕은 주왕의 못된 점을 설득했으나 그 때문에 오히려 그는 체포되어 화형을 당했습니다. 귀후는 살해를 당하여 그 시체는 말려졌으며, 비간은 앞가슴을 찔리었고, 은나라의 매백은 소금에 절여 죽었으며, 관중은 새끼줄에 매달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조기는 전쟁을 말리려다 추방되었고, 진나라의 백리는 거지가 됐으며, 은나라의 재상 부열은 유배당했으며, 손자는 위나라에서 발목이 잘리었습니다. 오기는 모함을 당하여 대문 밖에 쫓기어 서하가 진나라의 영토가 된 것을 슬퍼하며 위나라를 떠났고 초나라에 가서 사지가 찢기었습니다. 위나라의 공숙좌는 공손앙을 명재상이라고 추천했으나 천만부당하다 하여 거절을 당했을 뿐 아니라 공손앙은 진나라에서 도망해야 했었습니다. 하나라의 관용봉은 목이 잘리었으며, 주나라의 장홍은 창자가 잘리어서 죽었습니다. 윤자는 가시덤불의 함정에 밀려들어갔으며, 초나라의 사마자기는 강물에 그 시체가 띄워졌고, 전명은 책형을 당했습니다. 공자의 제자 서문표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살해당했고, 조나라의 동안자는 목매달려 거리를 끌리어 다녔으며, 재여는 죽음을 당했고, 범수는 모함을 당하여 위나라에서 늑골이 꺾이어 죽었습니다.

이상 얘기한 사람들은 모두가 인덕과 현명한 재주를 갖춘 충실한 신하요, 도술에 통달한 선비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현명치 못한 군주를 만나 죽음을 당한 것입니다. 성인 현자가 이처럼 죽음을 당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미욱한 자를 설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군자는 소견을 피력하기를 삼가는 것입니다. 진리는 귀에 거슬리는 법이고, 들어서 기분이 개운치 않은 것이므로 성현군자가 아니면 그것을 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신 한비는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말하기를 어렵게 여기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말이 순하여 거스름이 없고 유창하여 아름답고 순서가 있으면 곧 화려할 뿐 알맹이가 없다고 합니다.

말이 확실하고 진지하여 꿋꿋하고 신중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옹졸하고 조리가 없다고 합니다.

옛말을 많이 인용하고 아름답게 수식한 말이 많아서 같은 사례를 잇달아 들고 다른것과 비교해 말하면 곧 말이 들떠 있을뿐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대체의 요점만을 뭉뚱그리어 말이 간략하고 직설적이며 꾸미지 않으면 말이 남의 감정을 건드릴 뿐이고 말을 잘 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말이 남에게 친근하기를 서두르면서 남의 심정을 더듬어 엿보려고 하는 듯하면 곧 외람되고 사양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말이 넓고 크고 깊고 묘하여 헤아릴수 없으면 곧 말을 과장할 뿐 실용성이 없다고 합니다.

집안 살림살이의 자질구레한 말을 거듭거듭말하면 곧 치사하다고 합니다.

말이 세속적이고 비근하여 말이 임금이 뜻에 어긋나거나 거스르는 일이 없으면 곧 살길을 탐하여 웃사람에게 아첨한다고 합니다.

말이 세속적인 일을 멀리 초월하여 궤변으로 사람다운 말이 없어지면 곧 말이 허황하다고 합니다.

말이 민첩하고 말재주가 풍부하여 야단스럽게 말을 수식하면 곧 사관처럼 말 많은 친구라고 합니다.

전면수식이나 학문을 버리고 질박한 본성만을 가지고 말하면 곧 천하다고 합니다.

때로 시, 서를 말하고 지나간 옛날의 법을 말하면 곧 그 사람은 옛일을 외우고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