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당신의 입을 다스려라

- 나는 칼입니다.
언제나 곤두선 칼날입니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상처만이 흔적으로 남습니다.
가까운 친구에게마저 상처주고 두 동강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 정말이지 이런 나 자신이 너무도 싫습니다.

"이것 봐, 친구. 너무 슬퍼하지 말게. 세상에는 자네보다 더한 운명을 지닌 녀석도 있더라고."
"뭐? 그게 누군데?"
"음.. 그건 '보이지 않는 칼'이야."
"보이지 않는 칼?"
"그래. 보이지 않는 칼. 녹도 슬지 않는 그 녀석을 사람들은 '말'이라고도 하더군."
"말? 그 녀석이 그렇게 날카로운가?"
"후후, 뭘 모르는 군. 자네가 만든 상처는 치유될 수 있지만, 그 녀석이 준 상처는 치유는 커녕,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더욱 덧나기만 한다네. 물론 그 녀석도 언제나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니지. 자네처럼 말이야."
"뭐, 나처럼? 그럼 내가 상처만 주는게 아니라고?"
"당연하지. 자, 상처말고 자네가 만들어 온 것들을 돌아보게. 잘 깎여진 몽당연필에서 아름다운 예술품까지를. 그래, 바로 그거야. 무언가에 상처를 줄 때도 자네는 칼이고, 무언가를 다듬을 때도 자네는 어쩔 수 없는 칼이지. 단지, 어떤 칼이 될지를 선택하는 것. 그것은 오직 자네의 몫이란 말일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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