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2일 금요일

비즈니스 모델 기획 노하우

1. 고객이 가진 예상 메뉴판을 뒤엎는다
처음 방문하는 중국집이라도 고객들은 가슴속에 자신만의 예상의 메뉴판을 가지고 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팔보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중국집이라도 이런 메뉴는 당연히 있게 마련이고 고객들의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중국집에 갔더니 짬짜면(짬뽕+짜장면)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짜짱면, 짬뽕 등을 예상했던 고객의 예상 메뉴판을 깨는 새로운 메뉴다. 또 어떤 중국집에서는 짜볶면(짜장면+볶음밥)과 탕짜면(탕수육+짜장면) 등 새로운 메뉴를 속속 선보이면서 고객이 가진 예상의 메뉴판을 또 한번 깨버렸다. 고객이 상상하는 예상의 메뉴를 과감하게 깨버릴 때 고객의 마음속에는 놀라움과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동요의 파도가 넘실댄다. 
비즈니스 모델 세상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올 때 고객들은 대략 마음속으로 예상하는 가상의 메뉴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웹서비스라면 “음,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광고 아니면 구독료로 돈을 벌겠지”, 미디어랩이라면 “광고 컨셉 잡아주고 매체 포트폴리오 짜주면서 기획료나 중개 수수료를 받겠지” 등이 보통 고객들이 가진 예상 메뉴판이다.
그런데 이런 고객의 예상을 통렬하게 깰 때 무채색 비즈니스 모델에 식상한 고객들의 마음에 감동의 꽃송이들 던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많이 들어 식상하겠지만 애플의 아이팟+아이튠즈 모델이나 아마존의 킨들 서비스는 바로 고객의 예상 메뉴판을 시원하게 뒤집어 엎어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2. 다양한 지식의 소스를 확보한다.
새로 생긴 중국집에서 아무리 탕수육과 팔보채를 잘한다고 해도 기본 메뉴인 짜장면과 짬뽕맛이 없으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일본을 방문해서 긴자의 애플스토어에 가보니 예상외로 한산하다. 손님 대부분도 2세대 아이팟과 아이맥에만 몰려있을 뿐 정작 세계를 휩쓴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못한 3G 아이폰 코너는 한산한다.

저녁때 일본 이통사에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 아이폰의 인기에 대해 물어보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폰은 다채로운 기능은 많지만 통화음질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불편해해. 그리고 잘보진 않지만 원세그(일본의 지상파 DMB)를 지원하지 않는 점도 그렇고...전반적으로 일본에서는 소수의 매니아들이 찾는 상품이랄까?” 휴대폰이 아무리 좋은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기본기인 통화음질이 나쁘면 좋은 대접 받기 어렵다. 

이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려면 먼저 기본기가 튼실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 세상의 기본기란 다양한 지식의 레퍼런스의 축적을 의미한다. 지식의 레퍼런스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마치 산소처럼 어디에나 있다. 신문기사, 책, 방송, 인터넷, 지인과의 대화 등이 지식의 소스이자 레퍼런스이다. 전문가는 도처에 널린 다양한 지식의 소스를 발겨낳고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내지만, 비전문가는 지식의 소스가 도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재료가 없다고 한탄만 한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려면 자신만의 지식 소스를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1~2년으로 될 게 아니라 적어도 10년은 쌓아야 다양한 소스를 응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쌓이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심 분야에 다룬 신문기사, 책, 방송물, 보고서 등을 파일 형태든, 아니면 인쇄물 형태로든 모아 두고 수시로 꺼내보면서 다양한 상상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짬뽕의 기술을 터득한다.
용산구 삼각지에 있는 허름한 한 중국집은 실제로 오전 11시쯤 느즈막히 문을 열고 오후 3시면 문을 닫아 버린다.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로 볼 수 있지만 이 중국집은 언제나 멀리서 찾아오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다. 근처에 국방부가 있기 때문에 군복을 입은 장교와 하사관들도 꽤 보인다. 이들은 부대에서 주는 공짜 식사도 마다한채 겨울에 추운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10~20m 가량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왠만하면 기다리기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주위에 많은 중국집을 마다하고 6~7 테이블 밖에 없는 이 중국집 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릴까?
그 이유는 이 집의 짬뽕 맛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짬뽕은 짜장면과 함께 모든 중국집에서 다루는 기본 메뉴지만 사실 짬뽕을 잘 하는 중국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삼각지 중국집의 인기 비결은 다양한 해산물을 조합한 시뻘건 짬뽕국물에 있다. 누구나 짬뽕에 들어가는 해산물은 살 수 있지만 이 집의 짬뽕 국물맛을 재연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이 집 주방장이  암묵지 형태로 가지고 있는 짬뽕의 기술을 모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 세상도 마찬가지다. 지식의 소스가 많다고 해서, 또는 누군가와 똑같은 지식의 소스를 가졌다고 해서 누구나 다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서초동에 사는 홍길동 씨가 페이스북으로 일약 제2의 빌게이츠로 떠오른 마이클 주크버그와 같은 학교를 나오고 아이템, 똑같은 사업 아이템을 가졌다고 해서 과연 페이스북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서초동 홍길동 씨는 비즈니스의 재료는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주크버그가 가진 짬뽕맛을 내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내가 가진 지식의 소스중에서 궁합이 맞는 아이템을 엮어 환상적인 음식을 만들어 내는 실력이 필요하다.  
이미 인터넷의 대중화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정보를 무료로 습득할 수 있는 지식 대중화의 시대에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바로 적합한 재료를 보는 눈과 다양한 재료를 잘 버무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요리, 즉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졌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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